임베디드 강의실의 새 얼굴들 — 2주간의 ARM 강의에서 본 변화

임베디드 강의실의 새 얼굴들 — 2주간의 ARM 강의에서 본 변화

솔직히 말하면, 기대는 없었다

작은 임베디드 개발회사를 운영한다. BMS, 자동차 소프트웨어, Linux와 RTOS 위에서 도는 장치들 — 하드웨어와 맞닿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업이다. 예전 글에서 이 시장을 두고 학교에서 잘 가르치지 않고, 사람들이 가기 꺼려하는 시장이라고 쓴 적이 있다.

과장이 아니었다. 최근까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은 시장에서도, 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지 않았다. 웹과 앱과 AI 서비스가 화려하게 크는 동안, 펌웨어와 보드 쪽 동네는 조용했다. 배우겠다는 사람이 적으니 가르칠 자리도 적고, 가르칠 자리가 적으니 배울 통로는 더 좁아지는 구조. 그 악순환을 지켜보며 솔직히 낙담해 있었다.

임베디드가 재미없는 기술이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보이지 않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잘 만든 펌웨어는 존재감이 없다. 제품이 조용히 잘 동작할수록 그 안의 소프트웨어는 잊힌다. 진로를 고르는 학생 입장에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도 이해는 된다. 이해는 되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랜만의 ARM 임베디드 강의

그런 시기에 2주짜리 ARM 임베디드 강의를 맡았다. 오랜만이라 기대가 컸다. 2022년부터 대학에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이라는 교양 과목을 강의한 적이 있지만, 그건 넓고 얕게 세상을 보여주는 수업이었다. 내 본업의 한가운데 있는 주제로 학생들과 2주를 통째로 보내는 건 결이 다른 일이다.

머릿속에 담아 두고 있던 변화도 하나 있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붐이 오면서 시장이 폭넓어지고 있다는 것. 다만 그건 뉴스와 업계 소식으로 아는, 머리의 이야기였다. 그 변화가 강의실이라는 현장까지 도착해 있는지는 확인해 본 적이 없었다.

강의실에는 온도와 분위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분위기가 좋았다. 2주 내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왔다. 억지로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이 기술을 배우러 왔다는 게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몇 년 강단에 서 보면 알게 되는 게 하나 있는데, 강의실에는 온도가 있다는 것이다. 슬라이드 넘기는 소리만 도는 강의실과, 무언가가 오가는 강의실. 가르치는 사람은 그 차이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강의실은 분명히 따뜻했다. 그 온도는 마지막 날까지 식지 않았다.

더 특이했던 건 따로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강의에서 가장 특이했던 건 열기의 크기가 아니었다. 강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구성이었다.

임베디드 강의실에는 오래된 공식이 있다. 컴퓨터 계열이 한 축, 전자과가 한 축, 조금 넓게 잡으면 정보통신까지. 오랫동안 임베디드 강의실은 이 범위 안에서 채워졌다. 임베디드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전공이 딱 거기까지였다는 것.

이번에는 달랐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이 기술을 배우겠다고 와 있었다. 예전 같으면 임베디드 강의실에서 마주칠 일이 드물었을 전공의 학생들이, 컴퓨터의 낮은 층 이야기를 2주 동안 끝까지 따라왔다.

강의 내내 궁금했다. 이 사람들은 왜 여기까지 왔을까.

위에서 아래까지, 판이 넓어졌다

내 답은 결국 AI와 반도체로 돌아온다. AI는 흔히 소프트웨어의 이야기처럼 소비되지만, 그 소프트웨어는 결국 실리콘 위에서 돈다. 데이터센터의 가속기부터 손안의 디바이스, 로봇까지 연산이 놓이는 자리가 늘어나면서 그 자리를 채울 사람도 같이 모자라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인력 부족은 이미 숫자로 나오는 이야기가 됐고, Arm이 그리는 로드맵은 칩렛에서 엣지 AI, 피지컬 AI까지 뻗어 있다.

흥미로운 건 그 수요의 폭이다. 컴퓨터 아키텍처부터 SoC 디자인, 임베디드 시스템까지 — 스택의 아래층 전체가 한꺼번에 호출되고 있다. 예전에는 "임베디드 할 사람"과 "칩 할 사람"과 "AI 할 사람"이 서로 다른 동네 사람들이었다면, 이제는 그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좀 신기한 변화다.

강의실의 낯선 전공들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학생들에게 일일이 물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 AI가 들어오고, 그 AI가 도는 기기와 칩이 궁금해지고, 그러다 보니 그 아래 — 임베디드 — 까지 내려와 보게 된 것 아닐까 짐작한다. 뉴스로만 접하던 "시장이 폭넓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강의실의 전공 분포로 직접 확인한 셈이다.

거시적인 흐름은 머리로 읽지만, 이런 건 몸으로 읽힌다. 그리고 몸으로 읽은 신호가 훨씬 오래 남는다.

도구의 봄, 사람의 봄

지난봄에 임베디드 도구의 늦은 봄이라는 글을 썼다. 칩 벤더의 새 도구를 해부해 보고, 기술 수용이 느린 이 동네에도 마침내 현대 소프트웨어의 사고방식이 도착하고 있다는 신호를 정리한 글이었다. 그때 본 것이 도구의 봄이었다면, 이번에 강의실에서 본 건 사람의 봄이다.

도구가 먼저 바뀌어서 사람이 들어오는 건지, 사람이 몰려오니 도구가 따라 바뀌는 건지 — 순서는 모르겠다. 아마 둘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을 것이다. 한 동네가 바뀌는 데 필요한 두 가지가, 비슷한 시기에 같이 움직이고 있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조심스럽다. 붐은 붐이라서, 열기는 식을 수 있다. 2주짜리 강의 하나로 시장 전체를 말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동네를 지켜본 사람에게는, 이런 작은 변화가 꽤 정확한 온도계가 되기도 한다.

기회가 많아졌으면

강의를 마치고 남은 건 분석보다 바람이다. 학생들이 이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임베디드는 배움의 진입 장벽이 유난히 높은 분야다. 학교에서 잘 가르치지 않고, 독학 자료는 파편적이고, 하드웨어라는 물리적 장벽까지 있다. 그런데 이제는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먼저 찾아오고 있다.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모자란 쪽은 기회다.

정규 과목이든 이번 같은 집중 강의든, 형태는 무엇이든 좋다. 칩을 이해하고 그 위에 소프트웨어를 올려 보는 경험을, 더 많은 전공의 더 많은 학생이 해 봤으면 한다. 그 경험이 모두를 임베디드 개발자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어느 분야로 가든, 컴퓨터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2주간의 강의는 끝났다. 큰 기대가 없었던 내게 필요했던 건 거창한 시장 전망이 아니라, 배우겠다고 찾아와 앉아 있는 학생들의 얼굴이었는지도 모른다.